아프다는 것은 감각뿐 아니라 정서적인 것도 포함되는 주관적인 경험이다. 통증에 대한 경험의 정도에 따라 어떤 상해를 받았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은 개인차가 있다. 그러나 아기는 아프다는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에 통증이 과소평가되고 아기의 통증은 덜 치료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에 의하면 신생아시기에 통증을 수반하는 처치가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우선 동물실험에서 보면 출생초기의 고통스러운 처치는 장기적으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모는 아기에게 있어서 통증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아기는 통증을 이겨내거나 아니면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또는 통증을 잊어버리리라고 생각했다.


아기의 통증에 대한 일반적인 미신은

1) 아기는 통증에 대한 참을성이 많다

2) 아기는 생물학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통증에 대한 감각이 적다

3) 통증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4) 아기는 진통제의 부작용에 더 민감하다

5) 아기는 마취약에 대한 의존성의 위험이 크다 등이다.

신생아는 통증에 민감하다

그러나 아기가 신경학적 미숙하기 때문에 고통에 대한 감각이나 기억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신생아기에도 통증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신경계는 해부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태아들도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임신 6개월이면 통증과 관계되는 신경은 충분히 발달된다고 한다. 로렌조 패브리지 박사에 의하면 자궁 속에 있는 태아도 임신 35주가 지나면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한다. 태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알아보기 위해, 미숙아로 태어난 21명의 아기와 정상 출산아 25명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발꿈치를 바늘로 찔러 피를 뽑는 절차를 실시한 뒤 이들의 뇌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35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는 이 때 뇌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됐다. 이런 자극을 다른 자극과 비슷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35~37주된 아기들은 뇌의 특정부분에서만 활성화됐다. 아기들이 바늘로 찌른 것을 단순한 접촉자극과 다르게 통증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35주부터 태아의 뇌의 신경 체계는 점진적으로 바뀌기 시작해 성인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태아는 뇌 발달 덕에 이 시기부터 평범한 접촉 자극과 통증 자극을 식별해 낼 수 있었다. 더구나 35주 이전에 나타내는 태아의 반응조차도 ‘통증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한다. 태아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부터 고통을 느끼는지를 확언하기는 어렵다.

신생아기에 마취 없이 채혈이나 포경 수술 같은 고통스러운 조작을 하는 경우 신생아의 혈압, 심박 수, 뇌압, 땀 분비가 증가하며 혈액 내 산소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리적인 변화 뿐 아니라 행동변화도 오는데, 통증이 있는 동안 동작이 둔해지고 고통이 지난 후에도 한 동안 이런 행동변화는 지속되어 고통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저혈당증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단백질의 소실이 이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신생아의 피부는 완전한 통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을 찝거나 째거나 하는 것에 민감하다. 신생아는 통증을 일으키는 조작을 하게 되면 깊은 수면의 단계로 퇴행하는데 신생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미신이 여기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아기가 자는 것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여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깊은 수면의 단계에 빠지는 것은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응으로 퇴행 현상을 보이는 것뿐이다.

신생아 포경수술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 한 때 유행했던 신생아 시기의 포경수술이 문제가 되는 것도 통증이 신생아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미숙아나 아픈 아기들에게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로 고통스런 처치를 하였을 때 올 수 있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보고가 많지 않다. 그러나 신생아기에 포경수술을 받은 아기들이 예방접종 시 통증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보고는 있다. 따라서 신생아에서 채혈이나 포경수술 같은 고통스런 처치를 할 경우 피부를 통한 국소마취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사실은 신생아가 성인보다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지만 의사들이 흔히 이를 무시해 신생아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젤라 맥켄지 박사에 의하면 아기들은 신경계통에서 통증을 줄여주는 부분이 제대로 발육되지 않아 의료시술에 매우 예민하다고 한다. 한때 신생아는 신경계통이 미숙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30년 전까지만 해도 마취도 없이 신생아를 수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기는 어른보다 더 큰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에야 그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신생아의 통증을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그 통증은 아이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신생아의 신경계의 발달을 변화시켜 결국 통증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기의 통증이 치료받지 못하거나 적절히 다뤄지지 않을 때, 장기적으로는 시술에 겁을 먹고 피하는 성인이 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어린이를 우울케 하고 신경과민이 되게 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신생아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지침

첫째, 아기에게 채혈이나 수술 등의 조작을 할 때는 국소마취를 하자. 통증이 없는 수술은 신생아의 권리이다. 그러나 마취를 한다고 하더라도 통증을 완전하게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마취가 깬 후 수 시간 안에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음 24시간까지 흥분한 채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기에게 수술 등의 조작을 할 때에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둘째, 음악을 틀어주자. 음악이 신생아에게 통증을 완화시키고 젖을 먹도록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마노즈 쿠마르 박사에 의하면 음악이 신생아가 혈액채취, 포경수술 등 아픔을 수반하는 의학적 처치 과정에서 통증을 완화시키고 특히 정상적인 수유가 어려운 조산아에게는 젖을 먹도록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음악의 종류로 생음악, 고전음악, 여성 성악가의 노래, 녹음된 자장가, 동요 등이 효과가 있었다.

셋째, 모유를 먹이자. 신생아에게 통증을 수반하는 의료 처치를 할 때 모유를 먹이면 고통을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르바할 박사에 의하면 모유 수유가 진통제 효과를 가져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모유를 먹을 때 아기가 느끼는 체온이나 감촉, 냄새, 모유의 맛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한다.

넷째, 설탕물의 효과에 있어서는 논란이 많다. 지금까지 알려져 온 사실과는 달리 설탕물이 신생아에게 통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설탕물이 신생아의 뇌 또는 척수에 나타나는 통증신호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통증을 수반하는 검사 때 신생아에게 설탕물을 먹이면 아픈 얼굴표정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이는 통증이 진정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작성자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출처 : 김영훈 두뇌발달 클리닉  http://babytree.hani.co.kr/archives/216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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