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최고의 락커 김경호


김경호가 한창 전성기였던 90년대 중반에 노래방을 가면

옆방에서 김경호의 노래를 되지도않는 고음을 짜내며 부르는 남자들을 매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당시 김경호는 고음을 추구하는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람마다 타고난 음역이 있는법. 중저음 바리톤의 음역대를 타고난 사람조차 젋은 혈기로 김경호 노래를 부르려고 하다보니 주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더라면 좀 더 나았을것을...
우리도 노래방을 가면 혼자서는 부를엄두가 나지않아 둘이서 번갈아가며 괴성을 질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름 잘 불렀...었나? 기억이 가물가물ㅎㅎ

김경호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전부 쏟아내는 듯한 라이브무대이다.
매번 이런무대로 어떻게 스케줄을 소화할까 싶을 정도로 무대에서 체력을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사실 김경호는 강력한 고음 이외에도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가수이다. 자신의 무대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퍼포먼스는 보는사람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기교나 느낌 측면에서도 여느 가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폭발적인 가창력과 고음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기대하는것 또한 그쪽으로 많이 치우쳤던 것 같다.

김경호 - 운명  (980822 연세대공연)



김경호 - 탈출, Shout


그의 라이브무대는 항상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지만 사실 앨범 전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김경호 본인조차 라이브가 쉽지만은 않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목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김경호에게 기대하는것이 목을 긁는 쎈가성을 사용하는 자극적인 샤우팅 창법이었다는 점이 가수 본인에게 압박을 주었을거라는 생각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더욱 강렬한 샤우팅을 내질러야만 했을 것이다. 두성을 활용하여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목에 무리가 가는 샤우팅창법으로 수많은 라이브무대를 계속해와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고음역대에 있어서 만큼은 예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 과연 퇴보일까?


개인적으로 휴식기를 가진 것인지, 성대결절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한동안 발매되지 않던 김경호 8집앨범이 발매된 순간 별 생각 없이 CD을 구매했다. 기존에 좋아하던 가수니까 구매에 그다지 망설임은 없었다. 확실히 고음역은 소리가 명료하지는 못한, 예전보다 힘이 딸린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타이틀곡인 '사랑 그 시린 아픔으로'를 들어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를 예전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불렀다면 어땠을까? 한번 상상을 해보았다. 나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오히려 지금의 목소리보다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곡들도 차례대로 들으면서 '퇴보가 아니라 변화'라는 생각을 했다. 음악적 성향에 일부러 변화를 준것이든, 아니면 목소리가 변해서 그에 맞게 음악스타일을 바꾼것이든 간에 김경호는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김경호 - 사랑 그 시린 아픔으로



★ 이제 김경호는 나는가수다에서...

한때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가수들, 어쩌면 현재까지도 존경받는 가수들, 혹은 실력에 비해서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나는가수다'에 김경호가 출연한다는 소식은 참 반가웠다. 김경호가 나가수 출연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소문을 이미 들었던 터라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드디어 확정 된 것이다.

어떤 음악의 고수라고 해도 나는가수다와 맞지 않는 스타일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500명의 청중들에 의해서 투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너무 매니악해서 대중적이지 못하거나, 혹은 라이브무대 보다는 비오는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가수에게는 불리한점이다.

즉 폭발적인 가창력, 그게 아니라면 누구나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자신만의 묘한 분위기로 관중들을 사로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이다. 
출연을 결정했는데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다면 기존 자신의 음악적 틀을 깨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김경호는 무대위의 카리스마로 현장의 관객들을 사로잡는것에 있어서 최고의 가수이다. 윤도현밴드가 엄살을 부리며 락을 누가 좋아하냐고 했던 처음의 예상을 깨뜨리고 명예졸업 직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경호는 청중평가단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쉽게 탈락하지 않을것이다.

이제 김경호는 나는가수다 에서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성기라는 것은 금전적인 수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려한 과거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방법은 지금의 나로 또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나는가수다 출연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만약 7위를 한 자우림이 '우리의 수준높고 심혈을 기울인 편곡을 청중들은 이해하지 못해' 라면서 돌아섰다면 나는가수다는 자우림에게 독약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이해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자세를 버리고 변화를 시도해 청중평가단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재즈카페'를 부르며 다시한번 1위를 차지했다. 테크닉적으로 수준높은 음악도 좋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김경호도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나는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을 기회로 살려서 지금껏 변화해온 자신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가 되었다. 다음주 나는가수다 기대된다!

ps. 김경호의 희생(6집)은 김경호표 발라드중 베스트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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